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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쓰기 (Part 1) - Publish or Perish

교수사회에서 흔히 사용되는 표현 중에 'Publish or perish.'라는 말이 있다. 논문을 출판하든지 아니면도태되든지 하라는 이 문구는 대학가에서 연구실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논문 출간은 교수들에게 뿐만 아니라대학원생들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유명 저널에 한두 편의 논문을 싣지 못하면 같은 분야의 사람들이모인 자리에서 자기 소개를 할 때 떳떳하지 못하고, 혹시 교수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논문의 숫자는 그 사람의미래와 직결된다. 물론 미국에서는 'SCI 저널'과 같은 외형적인 기준이 없다. 언젠가 국내 신문에서 대학가의 SCI 저널 논문게재 숫자에 관한 통계를 보고, 교직에만 30년을 계신 분께 SCI라는 걸 아시냐고 여쭤본 적이 있었다. 대답은 "I'venever heard about it." 물론 그분이 출간한 논문은 대부분 SCI에 속해있는 저널 중에서도 top에 속한것이었고, 그분 자신이 International Journal of Fatigue라고 하는 재료의 피로파괴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저널의 editor-in-chief 였다.


논문 출간에 관한 한 크게 두 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양이야 질이냐'의 문제이다. 물론 두 가지 모두를 취할 수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겠지만,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좋은 논문을 많이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과 쪽의 정치학이나경제학 분야이거나, 같은 이과라도 연구 분야가 실험이 아니라 순수 이론 쪽이라면, 박사과정 내내 공부한 내용으로 좋은 논문한편을 내기 힘들 수도 있다. 자연과학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Science 나 Nature, 혹은 Cell 과 같은저널에 논문 한편 싣는 것이 '가문의 영광' 일 테고, 이들은 비록 SCI에 등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수준이 높지 않은 저널에10편을 싣는 것보다 이런 유명 저널에 한편 싣는 것을 더 가치 있게 여길 것이다. 그러나, 유학생들의 경우 국내 대학의교직으로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10편의 논문이 더 가치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이 문제는 정답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결국'학자로서의 자존심'과 '보장된 미래'의 두 갈래 길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선택은 물론 각자에게 달려있다.


어쨌거나 논문을 쓰는 일은 'pain in the neck'이다. 내가 첫 번째로 소위 유명 저널에 논문을 낸 때는1997년이었다. 약 1년 간 일한 분량을 정리해서 96년에 제출을 하고 출간되기까지 약 1년의 시간이 걸렸으니까, 연구를시작해서 논문이 나오기까지 2년 정도가 걸린 셈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유명 저널에 논문을 싣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밤잠을설쳐가면서 무려 30페이지에 달하는 초고를 완성하여 지도교수님께 가져다 드렸는데, 한 3일 후에 전화가 왔다.


교수: Hi, B.K. Would you do me a favor?
나: Sure. What can I do for you?
교수: Could you copy your paper on a floppy disk and bring it to me?


별다른 설명은 없었지만, 교수님은 3일 동안 내 영어와 전체적인 구성을 고쳐보려고 무진 애를 쓰다가 결국 포기하고 처음부터다시 쓰려고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원고를 복사한 디스켓을 가져다 드린 이틀 후 다시 전화가 왔다.


교수: Hi, B. K. I'm done with the revision. You can get your paper back and polish it.
나: Sure. Thank you, Bill.


디스켓을 가져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내가 한달 이상 밤새가며 쓴 원고를 단 이틀만에 완전히 교정을 보았다는데 우선놀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원고를 아직도 'our paper'가 아닌 'your paper'로 불러주는데 눈물나게 고마웠다.가져와서 파일을 열어보니 전반적인 내용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구성이나 어휘선택, 부연설명, 참고문헌 등의 면에서'급진전'을 보여 전혀 다른 논문이 되어있었다. 논문을 읽어가며 나는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상당히 훌륭한연구를 했나보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종합영어를 공부하며 배웠지만 단 한번도 사용해 본적이 없는 'Sufficeit to say that'이라는 격조 있는 문구가 과학논문에 적절하게 사용된 실례를 '목격'했다. 또한, 실력 있는 교수님과일하는 것의 장점 중 하나는 별것 아닌 연구 결과라도 별것처럼 보일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 때깨달았다.


그러나, 반면에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 중 하나는 실력 있는 교수는 논문의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기 때문에 유사한결과를 약간 수정해서 두세 편씩 논문을 쓰는 '자존심에 반하는 행동'을 꺼리고, 이는 '다작'이 절실한 학생들에게는 불리하다는것. 또 하나는 교수님과 같이 있을 때는 질 좋은 논문이 나오지만, 막상 졸업을 하고 나면 비슷한 수준의 논문을 쓰기가 어렵다는것이다. 나는 내 지도 교수님과 몇 편의 논문을 낸 이후 졸업 후에 다른 분들과 일하면서 논문작성을 주도할 기회가 있었는데,지도교수님의 영어가 워낙 출중했던지라 그 이후로는 그런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지 못해 답답해 하고있다. 내 최근 논문을 읽어보는사람들이 "이 친구 옛날에는 논문 잘 쓰더니 영어 실력이 줄었네..." 라는 평을 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면서...


'좋은 논문을 쓰려면 많은 논문을 읽어야한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국내에서 석사과정에 있을 때 같은 실험실의 학생이 어떻게 하면 박사논문을 쓸 수 있느냐고 지도 교수님께 여쭤본 적이 있었다."한 500편쯤 읽으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그 당시의 감동이 컸던지, 내 자신이 박사과정에 들어간 이후 가장 큰 목표는'논문 500편 정독'이었다. 그래서 한번은 내 지도교수님께 잘 보일 욕심으로 논문을 한 30편쯤 복사해서 들고 간 적이 있었다.


교수: What are they?
나: These are technical papers I will be reading this month.
교수: Let me take a look.
(잠시 훑어본 후 몇 개를 골라주며)
You don't have to read them all.
Just read these papers by Evans, Hutchinson and others.
나: Why? My goal is to read 500 papers before I start my own research.
교수: Well, reading many papers is important, but some papers could mislead you.


내 지도교수님의 지론은 '다독보다는 잘된 논문 몇 편을 읽는 것이 낫다.'는 것이었다. 사실, 유명저널에 실리는 논문들도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그 분야의 대가들 논문을 통해 흐름을 파악하고 그 줄기를 바탕으로가지를 치라는 말에는 일리가 있다. 또한 논문이라는 것이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친 연구를 불과 몇 페이지에서 길어야20~30페이지에 축약해 놓은 것이라, 한두 번 읽어보고 넘어가서는 그 속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학문세계에서도 '주류'가있는 만큼, 그 분야의 연구경향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기초돌이 될 수 있다.

연구 시작 전에 효과적으로 논문을 읽는 요령은 아래와 같다.


(1) 최근 1~2년 내에 출간된 논문 중에서 그 분야의 대가가 쓴 논문을 골라 읽으며 경향을 파악한다. Review paper라면 더욱 좋다.
(2) 그중 특별히 관심이 있는 분야의 해당 논문을 참고문헌(references)에서 찾아 읽는다.
(3) 그 참고 문헌의 참고 문헌 중 관심 있는 논문을 찾아 읽는다.
(4) 논문은 abstract, introduction과 conclusion을 먼저 읽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본론으로 넘어간다.


내가 박사과정을 마치면서 쓴 학위논문에는 98편의 참고문헌이 수록되어있다. 그 논문은 물론 모두 읽어보았고, 수록하지 않은논문 중에서도 연구를 위해 읽었던 논문은 상당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내 논문의 큰 줄기를 형성하는데 필수적이었던 논문의 수는한 20여편 정도였다. 그 중에서도 내 지도교수님의 논문 한편은 워낙 중요하면서도 어려웠던 까닭에 약 20회 이상을 줄을 치며정독해서 너덜너덜해질 정도가 되었다 중요 논문을 제외한 다른 논문들은 크게는 연구경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내 결과를비교 분석하는데 사용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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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쓰기 (Part 2) - 논문 쓰는 첫걸음

나는 박사과정을 거의 7년이나 지냈다. 두 분의 담당 교수가 개인 사정으로 학교를 떠나면서 결국 세 번째 교수님과 일한연구결과로 졸업을 하게 되었는데, 코넬 대학교 (Cornell University)에서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분과 보냈던3년 동안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연구하는 방법'이었다. 질문이 있어 가지고 가면 우선 하는 소리가 "B.K. Go backand think about it." 간혹 1주일 이상 고민 고민하다가 가서 하는 질문에도 그런 반응을 보일 때면 열이 받기도했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다시 돌아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고민하다보면 아이디어가 조금씩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어떨 때는 잠을자다가 뭔가 번득이기도 하고, 길을 가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성경을 읽던 중에 갑자기 오래 고민했던 문제의실마리가 보여 메모를 하기도 했다. 그 당시에 나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교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하며 머리를 식히곤 했는데,내가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낸 장소는 다름 아닌 학교 체육관 안에 설치된 사우나였다. 사람이 어떤 한가지 일에 몰두하면 참놀라운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체험했던 시기였다.

논문 쓰기가 쉬운 일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연구한 자료를 조금씩 모아 어느 정도의 시간이지나고 나면, 그 결과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수개월의 연구결과를 학회(conference)위 논문수록집(proceedings)에 싣고, 두 세 편의 학회논문을 엮어 저널에 싣는 방법도 있고, 능력이 된다면 처음부터 저널을겨냥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도교수의 역량과 학생의 노력이다. 때로는 지도교수가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쪽으로 새로운연구를 추진하고자 학생을 받는 수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학생이 탁월하지 않으면 서로 고생한다.

저널에 논문을 출간한다면 대게 다음의 절차를 거친다.
(1) 출판을 원한다는 편지와 함께 논문을 editor-in-chief나 기타 지정된 사람에게 보낸다.
(2) 심사 결과를 받는다 (소요기간은 논문마다 차이가 크다)
논문 초고가 그대로 통과되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수정이나 보충을 요구한다.
(3) 수정본을 보낸다.
(4) 논문 출간을 승낙한다는 편지가 오고, 저자는 최종본을 보낸다.
(5) 출판사에서 타이핑한 원고 (proof)가 오면 최종점검을 해서 보내는데, 이때는 오타를 점검할 수는 있지만, 내용을 바꾸지는 못한다. 가장 오타가 많은 부분은 수학 공식(公式)이다.
(6) 최종논문이 출간된다.
(7) 25~50부 정도의 무료 offprint가 저자에게 보내진다. 더 필요하면 저자 자신도 비싼 돈주고 사야한다.

학회에서 발표하는 논문 수록집의 출간은 절차가 훨씬 간단하다.
(1) 먼저 한 페이지 정도의 abstract를 보낸다. 함께 일하는 교수님이 그 분야의 권위자라면 심사 없이 accept이다. 학회에 대한 광고는 웹사이트나 학회지에 'Call for Papers'라는 광고와 함께 실린다.
(2) 정해진 기간까지 완성된 원고를 제출한다.
(3) 학회 장소에서 수록집이 배부되거나, 아니면 학회 기간 중에는 요약집만 나눠주고 이후에 논문집이 배달되기도 한다.

최근에 개발된 연구분야이거나 변화 속도가 빠른 분야라면 학회 논문집이 다른 분야의 저널 이상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일반적으로는 저널이 아무래도 한 수 위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를 신속히 접할 수 있는 학회논문의 장점을 살리면서 논문의질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학회 제출 논문의 심사를 처음부터 강화하거나 제출 논문 중 잘된 논문을 선별해 저널의 'specialedition'으로 내는 경우도 자주 있어, 수개월 내에 유명 저널에 논문을 싣는 일도 가능하다.

연구의 업적이 논문으로 평가되는 만큼 논문을 많이 쓸 수 있다는 것은 학자로서 갖추어야하는 중요한 능력이다. 또한 연구를활발히 할 수 있는 젊은 시절에 많은 연구결과를 산출하는 일도 연구자로서의 자질이다. 그러나, 때로 논문의 수에 지나치게집착하는 국내 학계의 현실을 보면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여야 할 교육의 중요부분인 연구활동이 너무 근시안적으로 운영되고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연구논문의 수를 채우기 위해 유사한 결과를 조금씩 바꾸어 이 저널, 저 저널에 싣는 일이나,다른 사람의 결과를 이용하는 일은 물론, 전혀 그 논문에 공헌한 바가 없는 사람을 저자로 끼워주는 등의 일은 결과적으로 건전한연구풍토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 생활을 오래하면서 엔지니어로서 부러운 것 중 하나는 학교나 연구소 기업을 막론하고 상당한 수의 노대가들을 찾을 수있다는 것이다. 한 분야에서 수십 년을 연구해오며 독보적인 입지를 굳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연구여건, 기술자가 경영자와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풍토의 조성은 기술선진국을 목표로 하는 우리가 신중히 고려해 보아야할 사항이다. 능력있는 인재들이 박사학위를 마칠 때 모아둔 자료와 지식으로 그 후 2~3년 간 논문을 쓰고는 잠적해버리는 국내의 연구풍토를개선하기 위해서는 논문의 숫자를 채우라는 식의 강압적인 접근 방법으로는 무리가 따른다. 첨단 기술 뿐 아니라 그 기술의 발전을가져올 수 있는 기초과학 분야까지의 전 영역에 걸쳐 정부의 장기적인 계획 (정부가 바뀔 때마다 무효화되는 그런 계획이 아닌) 과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기술의 산실인 대학교에서도 교수 한 명 당 연구소 하나가 필요한지, 또 한 명의 교수가정년퇴임을 하면 그 연구실이 없어지고 신임교수가 새로이 연구소를 시작하는 식의 악순환을 되풀이 해야하는지를 자문(自問)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자 개개인도 자신의 논문이 자신의 얼굴이라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읽어볼만한

http://www-2.cs.cmu.edu/afs/cs.cmu.edu/user/mleone/web/how-t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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